텐트가 아닌 공간…아늑ANUK 안형준 대표
텐트가 아닌 공간…아늑ANUK 안형준 대표
  • 글 사진 이지혜 기자
  • 승인 2016.08.30 15: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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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아이들의 시선이 참 무서울 때가 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뚝딱뚝딱 만든 장난감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발명품이 되기도 한다. 텐트가 아닌 공간을 만들었다는 아늑의 안형준 대표의 작품이 그랬다. 접근의 시작이 달라서 일지도 모른다. 그가 만든 텐트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시간을 흘려보내기 참 좋은 ‘공간’ 그 자체였다.

사진작가로 오래 활동하셨어요.
지금도 하고 있죠. 사진을 전공하고 20여 년 간 사진만 찍어왔어요. 유명 작가의 보조로 활동하다 개인 스튜디오를 차렸고, 사진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죠. 건축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다른 일은 시도하기 두려웠어요. 어쩌다 보니 지금 텐트를 만드는 사람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제 본업은 사진이에요.

평소 캠핑을 즐겨서 텐트를 만드신 건가요?
우습지만 아니에요. 2011년쯤, 우연히 외국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봤어요. 잘 꾸며진 텐트 앞에 상품을 놓고 촬영했는데 눈에 띄더군요. 그런 느낌을 촬영하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예쁘고 질감 좋은 텐트를 찾았죠.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직접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을 텐데요.
네. 사진을 찍다 보면 배경지를 깔아놓죠? 그렇다 보니 캔버스 같은 재질과 가깝게 지냈죠. 폴리보다는 면을 좋아했어요. 색감이나 재질에 관심이 많았어요. 텐트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에 드는 재질을 찾고 디자인을 입혔죠. 자연스럽게 기능성에도 비중을 두게 되더군요.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어요.

판매를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네요?
맞아요. 사실 완성하고 난 뒤론 텐트에 대해 잊고 살았어요. 그러다 지난해, 강화도 글램핑장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죠. 텐트 재질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화두였어요. 참 안타까웠어요. 내가 만든 텐트를 사용했으면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텐트를 팔아 돈을 벌자는 생각보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텐트라는 단어를 안 쓰셨다 들었어요.
처음엔 공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단순히 아웃도어에서 사용하는 텐트의 개념을 넘어 앞마당에 펼 수도 있고, 집 안에서 펼쳐놓고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잠만 자는 텐트가 아닌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지금은 판매를 위해 텐트라는 품명을 붙이고 있지만 사실 아늑이 지향하는 것은 공간이죠.

예쁜 디자인이 가장 눈에 띄어요.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진 않았어요. 텐트 탑에 덧댄 소재도 예쁘게 만들기 위해 구현한 게 아니에요. 공기와 비의 저항을 피하다 보니 더 좋은 소재를 덧대게 됐고, 그런 과정에서 최대한 실용성을 살려 나온 디자인이죠. 물론 색상은 예쁜 걸 선택했죠. (웃음)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자 했을 때, 지향했던 타 브랜드가 있나요?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하고 생각한 것은 특별히 없어요. 텐트를 만들 당시 모스 텐트가 참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디자인을 지향하진 않았어요. 새롭고 낡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제가 마음에 드는 형태를 만들어내고자 했어요. 직업이 사진작가면서도 다른 작가의 사진은 잘 보질 않죠. 성향일 수 있겠지만, 저만의 개성이 퇴색될 수도 있으니까요.

소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해 보여요.
자신 있거든요. 아웃도어 제품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퍼플루오로옥타노익 애시드(PFOA)라는 물질이 있죠. 과불화 화합물질로 방수 기능이 뛰어나 코팅용으로 많이 사용해요. 하지만 최근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발암 성분이 다량 발견되며 새롭게 주목받는 환경오염물질이기도 해요. 아늑의 제품은 PFOA를 첨가하지 않은 100% 면제품입니다. 방염과 항곰팡이 기능도 추가됐죠.

가격 면에서 많은 문의를 받을 것 같아요.
사실 조금 힘들어요. 아늑은 일반 텐트에 비해 비싸요. 하지만 소재나 재질, 방염처리 등을 들여다보면 같은 스펙에 판매하는 제품보다 훨씬 저렴해요.
말씀드린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요. 제조도 OEM 방식이 아닌 직접 공장을 운영해요. 제가 판매자가 아니라,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텐트를 사야 할 때, 주저 없이 아늑을 이용할 거에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세요?
특별히 없어요. 돈을 얼마만큼 벌고 싶고 큰 회사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어요. 만약 회사가 커진다면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전 계속 사진을 찍을 거에요. 그러다 또 사진을 찍는 데 필요한 게 있다면 만들 수도 있겠죠. (웃음) 단지, 이 텐트를 많은 사람이 써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들었지만, 이 공간은 참 ‘아늑’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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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2017-06-20 22:52:01
자주는 아니지만 여름~가을에 종종 캠핑다니는데, 그늘막만 가지고는 힘들어서 텐트를 알아보던 차에 아늑 텐트를 구매하게 되었어요. 박람회에 갔는데, 면소재라 안전하고, 발암물질 없는 방수방오처리방식(면이 아닌 실 한올한올에 방수처리)도 맘에 들고, 텐트 치고 접는 방식도 간단하고, 색상이며 디자인도 예뻐서 인터넷 검색하며 고민하다가 결국 구매했지요.

여자 둘이서 텐트쳐봤는데 금방 쳐요. 골조만들어 바닥에 고정 후, 텐트를 위로 덮은 다음 벨크로로 고정하면 끝! 첨에 잘 몰라서 고생하다가 문의하니 바로 동영상 보내주시더라구요.

두껍 2017-03-01 12:40:21
캠핑 12년차 중수입니다. 지인에 추천으로 구매하였는데 .. 아늑 정말 좋아요..
여성들도 쉽게 칠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더군요.. 10분이면 됩니다. 텐트 이름이 아늑보다는 낭만이 어울릴듯.. ^^ 대신 타프가 꼭 필요해요..
간지납니다. 음.. 그리고 짚차가 아닌 분들은 큰 사이즈 보다 한단계 작은 사이즈 추천..